피자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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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블레이드 게임

뉴 2ds xl을 작년 11월에 살 때만 해도 주변에선 스위치나 사지, 그건 왜 사냐는 반응이 많았죠. 그렇지만 꼭 해보고 싶던 삼다수 타이틀 몇개 때문에 뉴 2ds xl을 샀고, 해보고 싶던 게임 중 하나였던 제노블레이드를 끝냈습니다.

굉장히 특이한 JRPG죠. MMORPG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은데, 전투나 퀘스트 쪽이 그렇습니다. 그러면서도 JRPG의 스토리와 캐릭터는 유지해서 둘의 장점을 잘 융합했습니다. 페르소나가 생각나는 인연 시스템도 있고요.

아무튼 정말 재밌습니다. 60시간 가까이 즐기면서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예측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잘 만든 전투 등 놓치기 아쉬운 게임입다. 결말부분은, 오딘스피어 진엔딩 느낌이 나네요. 여운이 아주 많이 남는 명작입니다.

데어데블 영화

넷플릭스 이용권을 끊은 이유 중 하나가 마블 드라마 시리즈였는데, 보아하니 디즈니플러스 출범을 준비하면서 최신 시리즈가 대부분 제작이 취소되었군요. 본 건 하나 뿐이지만 아쉽습니다. 아무튼, '디펜더스'의 첫 작품인 데어데블 시즌1을 다 봤습니다.
(사진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3322312/)
저는 미드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1~2시즌 정도는 본 드라마는 좀 있지만, 나온 시즌을 다 본 드라마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왜냐구요? 지루해지기 때문이죠. 대부분 미드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재밌다가, 시즌이 진행될수록 추해집니다. 당장 한때는 최고의 미드였던 왕좌의 게임은 소설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진행되어 소설까지 사면서 빨아대던 저를 중도하차하게 만들었습니다. 막장이 되어버린 수퍼내추럴도 그렇고요. 42도 비슷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전 시즌이 많은 드라마는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블에서 드라마를 제작했습니다. 영화들과 세계관은 공유하되 사건이나 인물이 직접적으로 얽히지는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영화들처럼 드라마끼리 서로 상호작용을 합니다. 거기다 어벤저스처럼 여러 히어로가 등장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마블 영화 정주행을 최근에 마치고 캡틴마블과 어벤저스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라 기다리는 동안 드라마들도 좀 건드려 보려고 했습니다. 우선 시리즈의 첫 작품인 데어데블부터 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결과적으론, 2일만에 13화까지 다 보고 말았습니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미드가 다 그렇듯이, 한 화에 50분씩 하다 보니 중간중간에 지루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50분 내내 싸움만 할 수는 없잖습니까. 하지만 데어데블은 아주 치사합니다. 한 화의 전개가 마치 U자 같은 형태를 띄는데, 이게 아주 잔인합니다. 한 화의 시작에 흥미로운 내용을 배치해 종료버튼으로 가던 손을 멈춥니다. 지루한 내용을 이겨내고 한 화를 거의 다 봐 가는 와중에, 또 재밌는 내용이 나오면서 다음 화 재생 버튼을 누르게 만듭니다. 중간에 일만 없었으면 그 자리에서 13화를 다 봤을 것 같습니다.

마블 영화는 청불 작품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15세 관람가도 없는 것 같네요. 내용적으로는 어쨌든 간에 묘사는 건전합니다. 하지만 데어데블은 그런 게 없습니다. 엄청 잔인합니다.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고어함을 자랑하죠. 이게 또 몰입감을 높입니다. 엄청 리얼하거든요. 주인공 맷 머독은 엄청 처절하게 싸웁니다. 맞고, 찔리고 베이고 하면서 싸웁니다. 매 전투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죠.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도 주인공버프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도록 억지스럽지 않게 잘 짜여 있습니다. 

잔인하기만 한가? 하면, 또 그렇지 않습니다. 두 명의 캐릭터, 맷 머독과 윌슨 피스크가 극을 아주 잘 이끌어 갑니다. 맷 머독은 장님 변호사로 밤에는 히어로로 활동을 하면서 헬스 키친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말이죠. 그에 비해 윌슨 피스크 역시 헬스 키친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하죠. 혼자서가 아닌, 4개의 조직과 힘을 합쳐서 말입니다. 이 둘은 정말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됩니다. 피스크를 죽일 감정을 갖고 있었지만 억누르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한 맷 머독,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에 휘말려 일을 그르치고 마는 윌슨 피스크. 사람은 절대 죽이지 않는 맷과 엄청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윌슨. 혼자 일을 해결하는 맷과 언론에 모습을 비치는 윌슨.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사상과 위치 등 모두 정 반대인 둘의 싸움은 흥미진진합니다.

윌슨은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배우가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걸걸합니다. 약간 분노조절장애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가끔 화내는 장면이 있으면 저도 놀라게 만들더군요. 스칼렛 위치처럼 작중에서 캐릭터의 이름 '킹핀'은 한번도 나오지 않지만, 바네사와의 사랑, 불행했던 어린 시절 등등이 잘 묘사된 캐릭터입니다. 범죄 행각에 대해선 아주 철저하게 숨기고, 자신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허를 찔러 언론에 자기를 드러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실루엣만 보여주다가 좀 더 늦게 모습을 보였어도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입니다.

그에 비해 맷은 멋있습니다. 목소리도 좋고 잘생긴데다 달변가입니다. 역시 살짝 분노조절장애를 보여주고, 자기 내면의 악마에 대해 고뇌하는 사람입니다. 처절하게 맞고 피를 흘리는 모습은 어째 스파이더맨 1편을 연상케 하더군요. 주변인들이 위협을 겪거나 죽고, 친구에게 정체를 들키는 고생도 하지만 결국은 피스크를 감옥에 집어넣는 히어로입니다. 포스터에 나오는 멋드러진 슈트는 입고 나오질 않아서 언제쯤 입나 기대하게 만들더니, 결국 마지막 화가 되어서야 등장하더군요. 다음 시즌엔 슈트빨로 좀 덜 베이고 덜 다쳤으면 좋겠습니다. 피스크와의 결투가 그리 길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피스크가 무투파 캐릭터로 나오지 않은 이상 어쩔 수 없죠.

이 외에도 포기, 캐런, 바네사, 웨슬리 등등 인상적인 주.조연들도 나옵니다만은 극의 중심은 이 둘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1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을 잘 이끌어 나갑니다. 둘이 직접 마주치는 건 많아야 세 번 뿐이지만 매 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데어데블로 활동하며 피스크를 쓰러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맷의 모습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데어데블은 기존의 마블 영화들과는 느낌이 엄청 다릅니다. 아까도 써놨듯이 마블 영화는 건전합니다. 진지한 와중에도 슬쩍 개그를 섞고, 그게 분위기를 망쳐서 흥미가 확 깨진 적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오갤 vol.2에 팩맨 같은 장면요. 그리고 한두 편을 제외하면 다 뭔가 아쉬운 점이 꼭 남습니다. 스파이더맨을 엄청 좋아해서 기대했던 홈커밍은 히로인 아빠가 범인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반전을 반전이라고 들고 와서 흥을 다 깼죠. 그런 우연의 일치가 어딨습니까. 라그나로크는 비장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기대했으나 1절만 할 줄 모르고 계속 튀어나오는 개그씬에 실망했고, 블랙 팬서도 너무 뻔한 스토리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마블 영화들의 단점이 데어데블엔 없습니다. 마블 영화들의 단점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폭력성을 추가해 만든, 단점이라고 해 봤자 불평 한두 마디 수준에 불과한 아주 끝내주는 드라마입니다.

캐슬바니아 애니메이션/만화

(사진출처: https://entertainment.inquirer.net/233621/castlevania-anime-getting-season-2-with-8-episodes)
게임 원작의 영상물 중에 제대로 된 게 얼마나 됩니까. 최소한 제가 본 것 중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 뿐이였던 것 같습니다. 어쌔신크리드부터 둠까지 엄청 많은 게임들이 이름만 간신히 따 온 수준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고통받았죠. 그러나 캐슬바니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로튼토마토 토마토미터 90%를 달성했죠. 꼭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제 넷플릭스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시즌 1과 2를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시즌 1은 화수가 4화밖에 안되다보니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딱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야!'같은 느낌으로 원작이 된 악마성 전설의 파티 중 3명이 모이고 끝납니다. 4화에서 트레버와 알루카드의 결투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전투씬이 많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눈에 띄는 작붕도 없고 무엇보다 드라큘라가 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 준 점이 좋았습니다. 이야기꾼들과 이야기꾼 출신인 사이파, 벨몬트 가문의 몰락과 양아치가 된 트레버같은 설정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인용 애니메이션 답게 엄청 잔인한 것도, 고퀄리티의 영어 더빙(한 장면만 빼고...)도, 계속 나오는 욕설들(알루카드와 트레버의 신경전은 일품입니다.)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알루카드와 트레버의 결투를 보고 나서는 '이래놓고 2기를 안봐? 말도 안되지!' 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서 바로 2기로 넘어갔습니다.

시즌 2는 분량이 시즌 1의 2배인 총 8화입니다. 그래봤자 1 2 시즌 합쳐 1쿨밖에 안되지만 말입니다. 2기는 본격적으로 이야기 2개가 진행됩니다. 인류 멸종 계획의 디테일을 놓고 다투는 흡혈귀 내각과 정보를 모으기 위해 벨몬트 가문의 옛 성으로 떠나는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이죠. 다만 여기서 좀 아쉬운점은, 주인공 일행의 분량이 적습니다. 실제로 적은 건지,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이야기의 중심이 뱀파이어들에게 맞춰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름끼치게 재밌습니다. 사귀는건지 안사귀는건지 죽창을 들까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트레버와 사이파, 벨몬트 가문의 지하실에서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트레버와 티격태격하는 알루카드, 흡혈귀 틈바구니에서 고통받는 헥터와 아이작 등 재밌는 요소는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이건 6화까지의 이야기입니다. 7화부턴 주인공 일행이 드디어 악마성에 돌입하는데, 압도적인 작화의 전투씬과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Bloody Tears는 정말 소름이였습니다. 다만 드라큘라가 너무 강력하게 묘사되어서 그런지, 드라큘라와의 결전은 결국 사이파와 트레버는 냅두고 알루카드와의 1대1구도로 펼쳐지는데, 온 성을 뒤집어놓으면서 싸우는 모습이 일품입니다. 조금 허무하다고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드라큘라는 죽고, 알루카드가 성과 벨몬트 가의 지하실을 지키고 사이파와 트레버는 떠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총 10화의 시즌 3이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만은 사실 그렇게까지 기대가 되지는 않습니다. 원래 드라큘라는 죽는게 아니라 봉인하는게 아니였나요? 100년마다 한번 부활하는걸로 알고있었는데... 그냥 죽여버린게 별로 마음에 안드네요. 차기 악당 캐릭터가 될 카밀라나 아이작은 솔직히 드라큘라만한 카리스마가 없습니다. 특히 1시즌 1화에서 빡친 드라큘라의 모습과 2시즌 7화에서 싸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최종보스에 걸맞는 위상이였는데, 분탕만 잘놓는 여자 흡혈귀랑 흡혈귀도 아닌 인간이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겠죠. 아니면 드라큘라를 부활시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드라큘라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었거든요. 죽는게 좀 허무하기는 하지만, 애초에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들고 일어난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허무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간만에 정말 맘에 드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나왔습니다. 아마 싸이코패스 이후로는 최초인 것 같네요. 괜히 불편해질 섹스어필도 없고, 엄청 잔인하고 욕도 많이 나옵니다. 또 생각할 거리같은 걸 던져주는 무거운 작품도 아니면서, 깨알같이 섞여있는 원작재현과 화려한 연출에 전투씬까지... 꼭 볼만한 넷플릭스 컨텐츠인 것 같습니다.

BLAME! 애니메이션/만화

일본은 만화 산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 중 하납니다. 그만큼 다양한 만화가가 있지요. 그 중에 괴짜가 한명 있습니다. 혼자 작업하기를 선호해 어시스턴트도 두지 않고, 건축가로 일한 독특한 경력을 가졌고, 여러 영화의 컨셉아트 작업에 참가하고, 마블 코믹스에 만화를 연재한 적도 있는, 니헤이 츠토무씨입니다. 니헤이 츠토무씨의 만화는 특이합니다. 그러면서도 매 연재작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지요. 그래서 각 작품에 대해 짧게나마 글을 남기려 합니다.

우선, 작가의 첫 장편 연재작인 블레임!(BLAME!)입니다.
(사진출처: https://www.barnesandnoble.com/blog/sci-fi-fantasy/tsutomu-nihei-on-blame-knights-of-sidonia-and-viewing-tokyo-like-an-outsider/)
딱 봅시다. 위의 사진이 어떤지. 만화의 한 컷보단 액자가 어울리는 배경입니다. 블레임은 그런 작품입니다. 인물 작화는 깔끔하지 못하고, 한번 봐서는 절대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숨겨진 배경 설정도 많고, 최소한의 효과음만을 사용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듭니다. 대사도 극단적으로 적고요. 그렇지만! 압도적으로 그려내는 배경과 건축물들이 이 단점들을 모두 잊게 해 줍니다. 내용 자체도 난해하기는 하지만, 여러 번 보고 작가의 인터뷰까지 보고 나면 배경까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첫 인상은 그닥 좋지 못했습니다. 주인공 키리이가 어떤 꼬마와 함께 돌아다니는데, 누군가가 총을 쏩니다. 총알이 바닥에 맞는 장면을 한참동안 들여다봤습니다. 효과음이 없으니 지금 보고 있는게 뭔지 파악하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 뒤로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넷 단말 유전자는 뭐지? 규소생물은 또 뭐고? 건설자? 세이프가드? 사람들은 왜 숨어살고, 왜 배경은 저렇게 멋있는 개판이지?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내용만 나오고, 결말도 물에 빠지더니 갑자기 나오는 주인공에 저는 당황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이해해보자 싶어 인터넷에 번역된 작가 인터뷰를 찾아봤습니다. 작가가 말을 특이하게 합니다. 자기가 만든 작품인데도 ~한 게 아닐까 하면서 애매모호하게 대답합니다. 그렇지만 읽고 나니 확실히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들이 이해가 되고, 프리퀄인 '노이즈'까지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블레임'을 붙들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재탕은 아주 좋은 선택이였습니다. 2번째로 보니, 각 장면들도 전체적인 이야기도 이해가 갔습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입이 떡 벌어지는 그림들은 여전히 인상적이였고, 작가 특유의 깔끔하지 못한 인물 작화에도 익숙해졌습니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니헤이 츠토무씨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되었죠. 그런데 제작년...
(사진출처: 폴리곤픽쳐스 홈페이지 http://www.ppi.co.jp/works/blame_/)
넷플릭스에서 애니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작가의 '시도니아의 기사'를 애니화했던 폴리곤 픽쳐스 제작이고, 성우진도 빠방합니다. 이것 하나 때문에 결제할 생각이 없던 넷플릭스 이용권을 끊었습니다. 중력자방사선사출장치의 첫 발사부터 결말까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봤습니다. 엄청 재밌었거든요. 동아중공 편을 기반으로 해 만든 극장판이지만, 스토리는 완전 별개로 흘러갑니다. 이름만 빌려 온 수준의 캐릭터들도 있고요. 하지만 잘 만든 극장판입니다. 잘 하면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추천해 줄 만큼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세우'를 좋아하는지라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동아중공의 AI와 사이좋게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작가의 첫 장편 '블레임'에 대한 잡소리가 끝났습니다. 다음엔 '아바라' 아니면 '바이오메가'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게임

<루카는 귀엽다.>
비타 명작 게임 중 하나이고, 비타판이 히트를 치면서 플스4, 스위치, PC로 줄줄이 이식된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입니다. 비타를 처음 살 때 페르소나4 더 골든과 함께 구매했던 게임이죠. PC판이 한글패치가 있나 모르겠지만 스팀에서도 20퍼 세일하는게 눈에 띄어서 글을 남깁니다.

루프란은 DRPG입니다. 1인칭으로 진행되는 던전 안에서, 아이템을 줍고 적들과 싸우며 진행해나가는 장르죠. 그렇지만 루프란은 던전 탐험에만 초점이 맞춰진 게임은 아닙니다. 어느정도 던전을 돌아다니고 나면, 거점으로 귀환하여 활동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스토리를 진행하고, 다시 채비를 갖춰 던전에 들어가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게임입니다. 스토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알 수 있죠. 특히 루프란의 던전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서 인형(과 책)이 대신 들어가기 때문에, 던전 안과 밖의 스토리 양쪽 모두를 즐기며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우선 던전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봅시다. 패키지 뒷면에는 최대 40명이 참가하는 집단전! 이라고 써놨지만, 실제로 전투에 참가하는 인형병은 최대 15인입니다. 몇명씩 묶어서 명령을 내리거나, 개별 명령을 내릴수도 있습니다. 전투 자체는 물리속성에 마법속성에 부위파괴에 이것저것 많이 넣어놨지만 부위파괴는 순수한 운과 확률의 문제고, 속성은 어느정도 따질 순 있다고 해도 공명/공진같은 시스템은 제대로 설명이 안 되어 있어서 유용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착한 무기에 따라 다양한 타격 효과를 넣은 점은 괜찮았고 적들이 2D 이미지라 그런지 색놀이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 나오는 점은 괜찮았지만 1인칭 전투 자체가 좀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유의 경험치 이월 시스템 덕분에 노멀 기준으로 난이도는 그닥 어렵지 않습니다. 대놓고 노가다를 권장하고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시스템인 경험치 이월은 전투 후에 쌓이는 경험치를 다음 전투로 미뤄 높은 배율로 돌려받는 시스템인데, 최대 2.99배까지 가능하여 레벨을 쭉쭉 높일 수 있습니다. 전투 외에 던전 안에서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처럼 직접 매핑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함정같은게 엄청 많은 것도 아니여서 F.O.E와 비슷한 놈들만 주의하며 돌아다면 됩니다. 가끔 NPC에게 말도 걸고, 부정 긍정 무언의 선택지를 고르는 정도?

던전 밖에서는 노가다로 유명한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제작사답게 이혼술이라는 시스템을 준비해놨습니다. 다른 RPG의 환생같은 시스템으로, 반복할수록 인형병이 강해지고 다른 직업의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엔딩을 보기 위해서라도 어느정도는 해 줘야 하는 작업이죠. 무기 연금 및 강화도 있지만, 여타 게임과 크게 다를 게 없으니 넘어갑시다. 이 외에도 상점에서 아이템을 사거나 서브퀘스트인 제자의 메모를 해결하는 정도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파고들기 컨텐츠인 이혼술이 있는 걸 빼면 특별할 건 없는 DRPG같죠. 특히 DRPG가 저예산 작품이 많은 것도 고려하면, 그저 그런 게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아니죠. 스토리, 엄청난 스토리가 플레이어를 반깁니다. 스토리는 무려 3중의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던전 내에서 과거에 있던 일, 현재 던전 안/밖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거기에 간섭하는 미래의 이야기까지 3단 구성으로 만들어진 스토리가 아주 끝내줍니다. 현재의 스토리만으로도 스토리가 나쁘다곤 할 수 없는 정도에, 던전 내의 글들과 트로피 제목으로 유추할 수 있는 과거의 이야기는 소름끼치고, 진엔딩 루트를 타면 볼 수 있는 미래의 이야기 역시 게임의 초반부와 이어지며 굉장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요약하자면, 루프란은 스토리만 좋은 게임이 아닙니다. 특출나진 않지만 평작 정도는 되는 전체적인 게임에 고퀄리티의 스토리를 넣어 명작이 탄생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PC판도 있지만 아마 콘솔판만 한글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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